K-방산 필리핀 전략, 드론 규정 위반 논란 속 '전 수명주기' 협력 확대
한·필리핀 방산협력 범위 ‘전 수명주기’로 발전 추진
한국 방산 9개사의 필리핀 전 수명주기 협력 추진 중 드론 공방전 규정 위반 사건으로 국산 드론 경쟁력에 대한 구조적 신뢰 문제 노출. 국내 규율 정비와 AI 데이터 축적이 수출 신뢰 기반.
K-방산, 필리핀에서 판을 키우다 — 그리고 드론 공방전의 불편한 진실
핵심 요약
한국 방산 기업 9개사가 필리핀 시장 공략을 수출에서 MRO(정비·수리·개조)까지 전 수명주기로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과 필리핀은 정부 간 방산협력 범위를 '전 수명주기'로 격상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 국내 군사 AI와 드론 생태계에서는 뼈아픈 자기 점검이 필요한 사건이 터졌다. 국방부 드론 공방전 예선에서 '국산 규정'을 어기고 외산 기체를 쓴 업체가 적발된 것이다. 수출 확대를 외치면서 내부 규율이 흔들린다면, 브랜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필리핀 시장, 왜 지금 '전 수명주기'인가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에서 필리핀은 오랫동안 '가능성'으로만 언급되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중국해 긴장이 상수(常數)가 된 상황에서 필리핀은 국방력 현대화에 실질적인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그 빈칸을 채울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로 부상했다.
국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필리핀 방산협력은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전 수명주기' 협력으로 발전이 추진되고 있다. 전 수명주기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무기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운용, 정비, 폐기까지 한국이 동반자로 함께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기 매출이 아니라 장기 고정 수익 구조를 의미한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서는 9개 K-방산 기업이 필리핀 시장에서 수출과 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 역량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MRO는 흔히 '방산의 복리'라고 불린다. 초기 계약은 작아도, 운용 기간 내내 발생하는 정비 수요가 누적되면 초기 수출액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구조적 변화
필리핀 현지 MRO 거점 확보는 단순한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다. 현지 인력을 훈련시키고,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며, 필리핀 방산 산업 자체에 한국 기술 표준을 이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기술 잠금 효과(Technology Lock-in)'는 경쟁국 진입을 구조적으로 막는 가장 강력한 장벽이다.
돌이켜보면, 폴란드 K2 전차·K9 자주포 수출에서 한국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것이었다. 무기 그 자체보다 '패키지' — 훈련,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참여 — 가 계약을 결정짓는다. 필리핀에서도 같은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국방대 연구진이 국방일보 기고에서 지적한 점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학생장교 워게임(War Game) 데이터를 군사 AI 훈련 자료로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출 경쟁력은 결국 운용 개념과 교리(Doctrine)의 경쟁이기도 하다. AI로 무장한 교리와 운용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가 장기 파트너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드론 공방전의 불편한 민낯
그런데 바로 이 성장 서사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터졌다.
국방부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국방부 드론 공방전(UAS 공방전) 예선에서 국산 기체 사용 규정을 어기고 외산(중국산으로 추정) 기체를 사용한 업체가 본선에 진출했다가 적발됐다. 국방부는 해당 업체를 불합격 처리하고, 예선 통과팀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회수와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대회가 단순한 기술 경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론 공방전 성적은 국방 조달 인센티브와 연계된 구조로 설계됐다. 규정을 어기고 더 성능 좋은 외산 드론으로 출전한다는 발상 자체가, 국산 드론 생태계에 대한 업계 일부의 불신을 반영한다. 솔직히 말해, 이건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다. 국산 드론의 실질 경쟁력에 대한 불안이 빚어낸 구조적 신호다.
국방부는 본선부터 현장 기체 검사 절차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필요한 조치다.
글로벌 맥락에서 본 한국의 좌표
| 구분 | 한국 | 미국 | 이스라엘 | 중국 |
|---|---|---|---|---|
| 동남아 방산 수출 전략 | 수출+MRO 패키지 | 정부 간 FMS 위주 | 소형 드론·사이버 중심 | 가격 경쟁·DJI 생태계 |
| AI 군사 데이터 활용 | 워게임 데이터 축적 논의 중 | JADC2, 대규모 데이터 체계 보유 | 실전 데이터 기반 AI | AI 군사화 대규모 투자 |
| 드론 국산화 규제 | 공방전 규정 위반 논란 | 블루UAS 인증 체계 운용 | 자국 드론 생태계 구축 | 글로벌 시장 장악 |
| 전 수명주기 협력 | 필리핀 등 추진 본격화 | 동맹국 중심 성숙 단계 | 인도·유럽 시장 진출 | 일대일로 연계 군사 지원 |
중국이 DJI 생태계로 글로벌 드론 시장을 장악한 방식은, 사실상 하드웨어 표준을 선점한 뒤 데이터 종속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필리핀 같은 시장에서 한국이 단순히 '가격 대 성능'으로만 경쟁하면 결국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MRO와 교육훈련, AI 기반 운용 체계까지 묶어야 차별화가 가능하다.
K-방산이 잡아야 할 이 순간의 좌표
필리핀 전 수명주기 협력과 군사 AI 데이터 논의가 동시에 열린 지금, 국내 방산 주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짚어보자.
한화시스템의 경우, 필리핀 해군 현대화와 맞닿는 해상 감시 레이더 및 전투체계 분야에서 MRO 패키지를 묶어 제안할 실질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해상작전헬기 임무체계와 함정 전투관리 시스템(CMS)은 필리핀 해군의 도서 방어 요구와 직결된다.
LIG넥스원의 천궁-II 방공 체계와 비궁 유도 로켓은 필리핀이 남중국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밀 타격·방공 자산이다. 특히 MRO 관점에서, LIG넥스원의 LAMD(레이저 대드론 체계)는 필리핀 섬 지형의 분산 배치 요구에 맞는 소형·모듈화 구조라는 점에서 수출 후보로 검토할 만하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이미 폴란드 수출로 브랜드 가치가 증명됐다. 필리핀 지형과 예산 수준을 고려하면 K2보다 경전차·장갑차 계열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으나, 현대로템이 추진 중인 차세대 보병전투차량(IFV) 솔루션은 필리핀 육군 현대화 요구와 맞닿을 수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전투기는 필리핀 공군이 이미 운용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미 확보된 운용 기반 위에 MRO 계약을 심화하고, FA-50 후속 성능 개량 패키지를 연계하면 전 수명주기 협력의 가장 완성된 모델이 될 수 있다.
정부·정책 차원에서는, **방위사업청(DAPA)**이 신속연구·개발 트랙과 K방산 수출금융을 연계해 중소 방산 기업의 필리핀 MRO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국방AI센터는 국방대가 제안한 워게임 데이터 축적 방안을 실행 계획으로 전환해, 장기적으로 K-방산 체계의 AI 운용 교리를 데이터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AI가 탑재된 무기 체계를 팔려면, 그 AI를 훈련시킨 데이터와 교리가 함께 따라가야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드론 공방전 규정 위반 사태는 오히려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다. 국내 규율이 서야 수출 신뢰가 선다. 국방부의 전수조사와 제도 보완 조치가 K-드론 브랜드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앞으로의 판세 — 낙관론과 리스크 사이
필리핀 방산협력의 전 수명주기 확대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다만 몇 가지 리스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첫째, 필리핀의 재정 불확실성이다. 방산 현대화 의지는 강하지만, 예산 집행 속도는 정치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계약 체결과 실제 납품 사이 시차가 길어질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진다.
둘째,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다. 필리핀은 안보는 미국·한국을 바라보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방산 협력이 외교적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을 항상 계산해야 한다.
셋째, 군사 AI 데이터 체계 구축은 장기 투자다. 국방대가 제안한 워게임 데이터 축적은 당장 내년 수출 계약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5년, 10년 후의 체계 경쟁력을 결정할 인프라다. 지금 심지 않으면 나중에 심을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K-방산이 이 시기에 얻을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은 분명하다. 실전에 검증된 무기 체계, 폴란드·아랍에미리트 등 성공 레퍼런스, 그리고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강점이 동남아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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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한국-필리핀 방산협력에서 '전 수명주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A. 무기 개발·생산 단계부터 납품, 운용 지원, 정비(MRO), 성능 개량, 폐기까지 전 과정에 한국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협력 구조입니다. 단기 수출 계약이 아닌 장기 고정 수익과 기술 잠금 효과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Q2. 드론 공방전에서 외산 기체를 사용한 업체에 어떤 조치가 내려지나요?
A.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불합격 처리되고, 대회 참가 인센티브가 전액 회수되며, 가능한 법적 조치도 병행됩니다. 본선부터는 현장 기체 검사 절차가 추가됩니다.
Q3. 워게임 데이터를 군사 AI에 활용하자는 주장의 핵심 논거는 무엇인가요?
A. 학생장교들이 수행하는 워게임에는 전술 판단, 자원 배분, 교전 결과 등 방대한 구조화 데이터가 누적됩니다. 이를 군사 AI 훈련 데이터로 체계화하면, 실전과 유사한 의사결정 AI를 저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Q4. FA-50이 이미 필리핀에 수출됐는데, 추가 협력 여지가 있나요?
A. 충분합니다. 기존 운용 기반을 활용한 MRO 심화 계약, 항전 장비 업그레이드,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 확대 등이 모두 '전 수명주기' 협력의 후속 단계로 연계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이 최고의 잠재 고객입니다.
Q5. 중소 방산 기업이 필리핀 MRO 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A. 방위사업청의 수출금융 연계, 현지 법인 설립을 위한 정부 간 협정 기반 마련, 그리고 대형 방산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중소기업을 동반 진출시키는 구조가 현실적인 진입 경로입니다.
K-방산이 필리핀에서 전 수명주기 파트너로 자리 잡고, 동시에 국내 드론·AI 생태계의 내부 규율을 바로잡는 두 과제를 동시에 완수해야 하는 지금, 여러분은 K-방산이 동남아 시장에서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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